본문 바로가기
  • 럭셔리크로우의 전주 기행
  • 럭셔리크로우의 전주 기행
  • 럭셔리크로우의 전주 기행
전주/전주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_완판본문화관

by 전주 럭셔리크로우 2023. 1. 9.
반응형

우리나라에 전통을 지키는 수 개의 마을이 있다. 제주도 성읍 마을, 안동의 하회 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전주의 한옥마을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 마을 중 하나로... 그동안 전주에 살면서 수시로 사진을 찍고 추억을 남겼던 장소 및 맛집 등에 관해 포스팅을 시작할 생각이다. 아직도 전주 한옥마을은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오늘의 글과 사진이 채워지나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모습을 담아 보고 느낌 점 등을 서술해 나가고자 한다.

 

오늘 첫 번째 전주 한옥마을 편은 완판본문화관입니다. 대부분의 사진은 2022.06.26. 사진입니다.

완판본문화관 위치(우측 하단)

 

 

완판본문화관

전주 한옥마을 내에 위치한 완판본문화관은 전주 지역에서 생산해낸 각종 출판유산을 보전하고, 출판문화의 중심지이자 기록문화의 산실이었던 전주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려는 일환으로 2011년 10월 18일에 정식 개관하였다.

 

완판본문화관은 전주시의 중요한 문화시설로 2017년 1월부터 대장경문화학교(안준영)가 새로운 수탁자로 선정되어 출판문화의 꽃을 피웠던 전주의 문화적 가치와 우수성을 다시 꽃피우기 위한 열린 문화 공간으로의 도약을 시작하고 있다.

 

완판본문화관 전시실에서는 한글 고소설을 비롯해 전라감영에서 출판한 역사서, 문집, 사서삼경, 실용서 등 전주의 출판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글 출처: 전주한옥마을 홈페이지)

2021.05.02. 완판본문화관

 

 

완판본문화관 주소: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천동로 24 (교동 19-3번지)

완판본문화관은 매주 월요일이 휴무일이다. 현판이 보이는 곳이 전시실이며 대문 앞 우측 건물이 화장실이고 전시실과 화장실의 중간이 사무실이다. 

완판본문화관 대문을 들어가서 우측 건물이 화장실이다.

 

전주의 기록문화유산, 완판본(完板本)

 

 

전주의 기록문화유산, 완판본(完板本)

전주는 조선시대에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제주도를 관할하던 전라감영(全羅監營)*이 위치했던 곳이다. 전라감영(全羅監營)이 자리했던 전주의 옛 명칭은 ‘완산(完山)’으로 그 때문에 전주에서 출판된 옛 책과 책판을 ‘완판본(完板本)’이라 한다.

 

전라감영 내에는 한지를 만들던 지소(紙所), 책판을 인쇄하고 책을 만들던 인출방(印出房)이 있었다. 또한 닥나무를 재배하여 각종 한지를 만들었으며 전국 최고의 품질과 최고의 생산량을 가지고 있었다. 전라감영에서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비롯 한 60여 종의 책을 출간하게 되었으며 이때 발달한 한지, 각수(刻手)**, 목수, 인쇄시설 등은 전주 지역의 출판문화 활성화로 이어졌다.

 

전주는 전라감영의 인쇄문화의 영향으로 사간본(私刊本)***이 250여 종류가 출간 되었고, 이어서 방각본(坊刻本)****이 발간되어 조선 후기 가장 왕성한 출판문화를 갖게 되었다. 전주에서는 19세기 초부터 판매용 한글 고전소설을 찍어내기 시작하여 무려 130여 년간 「춘향전」, 「심청전」, 「홍길동전」 등 한글 고전소설 23종을 유통 보급 하였다.

 

*감영(監營): 조선시대 때 각 지역의 관찰사(觀察使)가 상주하며 업무를 보던 관청.

**각수(刻手): 목판(책판)에 그림이나 글씨를 새기는 장인.

***사간본(私刊本): 개인이 간행한 책으로 사가본(本)이라고도 함.

****방각본(坊刻本): 조선 시대에 판매를 목적으로 민간에서 간행한 서적.

2022.06.26. 완판본문화관 마당

 

 

완판본문화관 앞 마당에는 전통놀이체험을 할 수 있는 투호와 딱지가 있었다.

투호(投壺)

 

 

투호(投壺)

두 사람이 하거나 또는 편을 나누어 청·홍의 살을 병 속에 던져 넣은 후에 그 수효로써 승부를 결정한다. 조선시대에는 주로 궁중의 연회나 고관들의 기로연(耆老宴) 때 여흥으로 벌였다. 본래는 중국 당나라 때에 성행되었던 것인데, 『북사(北史)』 백제전과 『신당서(新唐書)』 고구려전에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우리나라에도 일찍 들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놀이방법

사마광(司馬光)의 『투호격범(投壺格範)』에는 투호의 놀이기구에 대한 설명과 노는 법이 쓰여 있다. 즉, 투호 병은 입 지름이 3치[寸]이고, 귀[耳]의 입 지름은 1치이며 높이는 1자[尺]이다.병 속은 팥으로 채운다. 병은 던지는 이의 앉을 자리에서 2살[矢] 반쯤 되는 거리에 놓고, 살은 12개를 사용하며 그 길이는 2자 4치이다. 실수하지 않고 병에 던져 꽂힌 것을 상(上)으로 삼는데, 먼저 120을 채우는 쪽이 이긴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오늘날 그 놀이기구나 놀이방법에 대하여서는 자세히 알 수 없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놀이 때 쓰는 병의 종류나 크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화살의 크기 또한 다양하다. 노는 법은 일정한 장소에 둔 투호 병을 향하여 일정한 위치에서 살을 던져 병 속이나 귀에 던져 넣는 것으로, 살이 꽂히는 데 따라 득점이 정하여진다. 던지는 위치는 병에서 2살 반, 즉 3자 가량 떨어진 거리이며, 한 사람이 살 12개를 가지고 승패를 다툰다.살은 병의 위로 5치 가량 되는 데서 수직으로 떨어지게 한다. 투입법(投入法)에 유의할 점은 던지는 사람의 양쪽 어깨가 균형을 취할 것과 어깨가 기울어지지 않게 주의하는 것이다.이렇게 하여 이기는 것을 ‘현(賢)’, 지는 것을 ‘불승(不勝)’이라 하며 한번을 ‘일호(一壺)’라 한다. 그 점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헌배(獻盃)·벌배(罰盃) 등이 행하여진다.

(글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_투호投壺)

전통놀이 체험 딱지치기

 

 

딱지치기

종이로 만든 딱지를 땅바닥에 놓고 다른 딱지로 그 옆을 쳐서, 땅바닥의 딱지가 뒤집히거나 일정한 선 밖으로 나가면 따먹는 어린이놀이.

 

지역에 따라 ‘때기치기’ 또는 ‘표치기’라고도 한다. 딱지의 종류에는 두꺼운 종이를 접어 만든 것과 무늬나 그림이 인쇄된 종이를 오려낸 것의 두 가지가 있다. 앞의 것은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것이고, 뒤의 것은 가게에서 판매한다. 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가위바위보를 하여 진 아이가 딱지를 땅바닥에 놓으면, 이긴 아이가 자기 딱지로 땅바닥에 놓인 상대 딱지의 옆을 힘껏 내리친다. 이때 딱지치는 바람의 힘으로 상대 딱지가 뒤집히면 이를 따먹는데, 그렇게 하여 이기면 계속하여 딱지를 칠 수 있다. 그러나 상대 딱지가 뒤집히지 않으면 치는 순서가 바뀐다. 지역에 따라서는 미리 일정한 선을 그어놓고 상대 딱지가 선 밖으로 나가거나, 뒤집히거나, 제 딱지가 상대 딱지 밑으로 들어가면 따먹기도 한다. 이때 제 딱지가 상대 딱지의 위에 얹히면 도리어 잃게 된다. 딱지치기 외에 딱지를 가지고 노는 방법으로, 딱지에 그려진 군인의 계급이 높고 낮음에 따라 따먹는 방법도 있다. 딱지를 칠 때 자기의 발을 상대 딱지 바로 옆에 대면 딱지가 더 잘 뒤집힌다. 여러 형태의 딱지 중 방석딱지라 하여 사방을 일정한 길이로 접은 것은 뒤집힐 확률이 적다.딱지 종이는 두껍고 클수록 유리하다. 이 놀이에는 승부가 따로 없으며, 상대의 딱지를 많이 따먹는 것으로 끝이 난다. 요즈음에는 두꺼운 종이를 접어 만든 딱지는 보기 힘들고, 상품으로 판매되는 딱지가 많이 사용된다. (글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_딱지치기)

완판본문화관 입구

 

완판본문화관 현판

 

완판본문화관 내부

 

지역의 기록문화유산 완판본

 

 

지역의 기록문화유산 완판본(完板本), 전주를 담다

감영 내의 출판 활성화로 인해 전주 지역에서는 인쇄 문화와 관련된 환경과 여건이 자연스럽게 형성 되었다. 전라감영을 통해 활약했던 한지, 판각, 목공 등 많은 분야의 장인들이 지역의 서포로 유입되면서 전주의 방각본(坊刻本)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방각본(坊刻本)‘조선시대에 민간의 출판업자가 영리(판매)를 목적으로 출판한 책’을 말한다. 지방에 서 발행된 것을 뜻하는 방간본(坊刊本)으로도 불리는데, 주로 목판으로 인쇄되었기 때문에 방각본이라 불린다. 방각본 출판이 주로 이루어진 지역은 서울, 전주, 안성 등이다. 이곳에서 간행된 방각본을 서울-경판본(京板本), 전주-완판본(完板本), 안성-안성판본(安城板本)이라 구별하여 지칭한다.

 

완판방각본은 ‘조선시대에 전북 전주에서 민간의 출판업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출판한 책’을 말한다. 조선 후기 전주를 대표하는 책방으로는 서계서포(西溪書鋪), 다가서포(多佳書鋪), 문명서관(文明書館), 완흥사서포(完興社書鋪), 창남서관(昌南書館), 칠서방(七書房), 양책방(梁冊房) 등이 있었다.

 

개화기시대의 전주지역 서포

전주지역에 천변과 사대문을 중심으로 책방들이 있었으며 주로 한글고소설을 판매했다.

 

이중 ‘양책방’을 제외한 모든 책방이 조선시대 전국 3대 시장 중의 하나인 전주 남문시장 근처에 자리했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전주에서 방각본이 탄생한 배경에는 전라감영 소재지, 전국 3대 시장인 남문시장, 전국 최고 품질의 한지 생산, 숙련된 각수 양성, 판소리의 발달 등 많은 요인이 있다. (글 출처: 완판본문화관-WANPANBON CULTURE CENTER)

전라감영의 출판

 

 

전라감영의 출판, 조선의 출판문화를 선도하다

완(完) - 조선시대 전라감영이 있던 전주 완산(完山)에서

판(板) - 목판으로 인쇄한

본(本) - 옛책 또는 그 판본

 

조선시대 각 지역의 관찰사(觀察使)가 상주하며 업무를 보던 관청을 감영(監營)이라고 한다. 조선 초기 전주에 설치된 전라감영(全羅監營·完營)은 1896년까지 관찰사가 거주하며 전라남도, 전라북도, 제주도를 관장하던 관청이었다. 전라감영이 위치했던 전주의 옛 지명은 완산(完山)으로 500여 년간 행정과 군사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하였으며 규모 역시 조선조 감영 가운데 가장 컸다.

2021.07.04. 전라감영 선화당

 

조선은 건국 후 유교 이념을 기반으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사대부들에게 필요한 책을 대규모로 보급하는데 치중하였다. 그러나 중앙에서 모든 책을 간행하기에는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각 도의 감영에 필요한 책을 내려보내 목판으로 새겨 다량 인출하여 보급하였다.

 

“『성리대전(性理大全)』은 성학(聖學)의 근본인데 이 책은 판본이 희귀합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순천부(順天府)에 있다 하는데 이지러져서 인출(印出)할 수 없다고 하니, 마땅히 완영(完營)으로 하여금 개수하여 새롭게 하도록 하소서.” 하니, 임금이 옳게 여겼다. -영조실록 59권, 영조 20년 3월 5일 계미 3번째 기사-

완산(전주)부지도_보물 1876호 / 사진 중앙 좌측이 전라감영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전라감영에 목판의 수리, 서책의 인출을 명했던 기록들이 남아 있다. 전라감영에서는 중앙 정부의 요청으로 정치, 유학, 역사, 어학, 문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간행되었는데 그 종류는 약 90여 종에 이른다. 전라감영은 완영본(完營本) 간행을 주관하면서 국가의 이념, 정책, 사상, 학문의 보급을 촉진시켜 출판문화사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완판본문화관 내부

 

기록문화의 중심 완판본문화관

 

소소한 완책방

 

기념품 전시

 

완판본문화관 기획전시

 

기획전시 완판본, 영웅의 이야기를 만나다

 

완판본문화관에서 목판 인쇄 체험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 무료는 아니고 전주한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1장에 3,000원 

 

사회적 거리두기로 꼭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세요.

 

문화관의 전시공간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동의보감 책을 가져갈 수 있었다.

 

동의보감 목활자 재현과정

 

동의보감 목판 판각과정

 

동의보감 잡병편 / 전라감영 간행

 

동의보감 목활자 재현과정 / 초간본(1613) 권1 내경편 7장

 

동의보감 완영본 / 동의보감 복각본 잡병편 권11 5장

 

 

조선, 영웅의 이야기에 열광하다

방각본으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장르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소설(小說)이었습니다. 그 중 독자들은 영웅소설에 가장 열광했습니다. 이는 조선 후기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집권층에 대한 신뢰가 상실되면서 영웅의 출현을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가 소설 속 인물로 투영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조선의 영웅 이야기

 

 

현존하는 완판본 한글소설의 종류는 24가지입니다. 이 가운데 판소리계 소설이 5종, 나머지 대부분은 영웅소설이라는 점 또한 영웅소설에 대한 대중적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영웅소설은 고귀한 혈통과 비범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승리자가 된다는 ‘영웅의 일대기’ 구조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완판본문화관에서는 『조웅전』, 『유충렬전』, 『장풍운전』, 『소대성전』, 『용문전』, 『현수문전』, 『홍길동전』, 『이대봉전』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옛날에, 어떤 남자가 종로거리의 담배 가게에서 소설책 읽는 것을 듣다가, 영웅이 크게 실의하는 곳에 이르자 홀연히 눈이 찢어질 듯이 거품을 북적거리며 담배 써는 칼을 들어 소설책 읽는 사람을 쳐서 그자리에서 죽였다.”

이덕무 『청장관전서』 「은애전(銀愛傳)」중에서

 

조선 후기 이덕무가 지은 한문단편 속에 전기수(傳奇叟)에 관한 일화가 등장합니다. 전기수의 이야기를 듣던 한 남자가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사건은 당대에도 이슈가 되었습니다. 영웅 소설은 승리와 패배로 엮어진 사건을 기복 심하게 전개하기 때문에 감정 이입을 유발하기 쉬워 독자들의 몰입은 물론 낭독과 출판에서 적합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완판본 한글소설은 독자와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며 독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2022 완판본문화관 기획전시 / 완판본, 영웅의 이야기를 만나다.

장풍운전(張豊雲傳)

 

 

『장풍운전(張豊雲傳)』 가문을 바로 세우고, 나라를 바로 세우리!

장풍운전은 중국 송나라를 배경으로, 옥황상제의 점지로 장희의 아들로 태어난 장풍운의 이야기입니다. 7세에 시서(詩書)에 능통하고 활쏘기와 말타기를 좋아해 ‘비범한 능력’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부모와 아내와의 이별을 겪고 과거에 급제해 군사들을 물리친 후, 결국 부모와 아내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장풍운전은 영웅적 일대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다른 영웅 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군담이 적은 작품입니다. 가정 내의 갈등 이 부각되어 가정소설의 요소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풍운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일화를 소개합니다.

 

광대들이 놀이를 벌이자 남녀 구경꾼들이 우 몰렸다.

그 중 한 사람이 유난히 높은 둔덕 위에 떡하니 앉아, 의관이 호사스럽고 용모도 관옥같이 우수한 품이 만좌(滿座) 중에 돌올(突兀)해 보였다. 실로 일세의 기남자(奇男子)인가 싶었다. 모두들 흠모하여 우러러보고 감히 옆에 가서 말을 붙여볼 염도 못 가졌다. 그 사람은 모두들 자기를 우러러보는줄알고 “에헴!” 큰기침을 한 번 하고는 광대놀음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옛날에도 이러한 일이 있었으렷다.” 만좌가 바야흐로 존경하여 마지않던 차에 이런 말을 듣고 모두 반기어 장차 주옥같은 말씀이 나오려니 기대하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그 고사를 들어볼 수 없겠습니까?” 그 사람은 배를 헤치고 부채를 흔들며 말을 시작했다. “옛적에 장풍운이...” 이야기가 끝나기도전에 모두들 손을 내저었다. “잘못봤구먼, 잘못봤어.” 이렇게 말하며 돌아서는 것이었다. 『진담록(陳談錄)』 중에서

 

<장풍운전 목판본> (1916. 다가서포)

당대 최고의 연예인이었던 전기수의 등장에 이목을 집중하던 순간, 장풍운의 이야기에 모든 청중들이 손사래를 치며 돌아섰다는 일화가 조선시대 야담집인 『진담록』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장풍운전이 당시 매우 광범위하게 읽혀진 소설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소대성전(蘇大成傳)

 

 

『소대성전(蘇大成傳)』 나라를 구한 영웅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소대성전은 중국 명나라를 배경으로 용왕의 아들에서 인간으로 태어난 소대성의 이야기 입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품팔이와 걸식으로 연명하며 미천한 모습으로 자라게 됩니다. 꿈 속 고지(告知)를 통해 그가 큰 영웅이 될 것을 알아차린 이 정승은 자신의 딸 채봉과 혼인을 서두르지만 갑자기 죽음을 맞이합니다.

 

자신의 딸과의 혼인을 반대했던 이 정승의 부인은 계략을 꾸며 자객을 보내게 되는데 이를 알아차린 소대성은 결국 그녀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그 후 소대성은 노승(老僧)을 만나 병법과 무술을 공부하고, 호국(胡國)의 침입에서 왕과 나라를 구하는 영웅이 됩니다.

 

명장 수십 인이 호장에게 죽은 바가 되니, 이럼으로 감히 나가 출두할 자가 없는지라. 이때 소생이 양진의 승패를 보다가 분기(憤氣) 울울(鬱鬱)하여 말에 올라 외치기를, “반적(叛賊) 서융아. 나를 아느냐?” 하고 달려들어 서융의 머리를 베어들고, 이 소저는 소생의 존망(存亡)을 알지 못하매, 모친에게 여쭈어 아뢰기를, “소생이 반드시 세상을 버린다 하오니 금일부터 상복(최복·衰服)을 갖추리니, 모친은 그리 아소서.” 하니 애원(哀怨)함을 차마 보지 못할러라.

 

전장(戰場)에서의 용맹함은 물론, 정인(情人)에 대한 신의를 잃지 않았던 소대성은 왕이 되어,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약혼자 채봉을 왕비로 맞아들여 부귀영화를 누리고 한 날 한 시에 세상을 떠납니다.

 

방각본 소설은 화자가 주인공의 처지에 직접적인 동정심을 표현하고, 급작스러운 장면 전환을 통해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눈으로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귀로 듣던 고전소설!

소설 속 화자의 직접 개입은 전기수의 다이내믹한 연기로 구현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소대성전은 큰 인기를 끌어 고전소설을 들려주는 전기수들의 주요 레퍼토리였다고 합니다.

유충렬전(劉忠烈傳)

 

 

『유충렬전(劉忠烈傳)』 하늘이 내린 영웅, 천상에서의 적강(謫降)

유충렬전은 중국 명나라를 배경으로, 신이한 꿈을 통해 천상계의 신선(神仙)에서 인간 세계로 태어난 유충렬의 이야기입니다. 간신인 정한담에 의해 아버지는 유배 길에 오르게 되고, 어머니와의 이별로 인해 유충렬은 시련을 겪게 됩니다.

 

천상계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하늘의 무기를 가지게 되어 놀라운 도술(道術) 능력을 갖게 됩니다. 정한담의 반란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유충렬의 영웅적 면모로 천자와 가문을 구해 내는 내용입니다.

 

갑주 한 벌과 장검 하나, 책 한 권이 들었거늘 투구를 보니 비금비옥(非金非玉)이라. 광채 찬란하여 안채(眼彩)를 쏘이는 중에 속을 살펴보니, 금자로 일광주라 새겨 있고, 갑옷을 보니 용궁조화 적실하다. 신화경을 펴 놓고 칼 쓰는 법을 보니, 갑주를 입은 후에 신화경 일편을 보고 천상 대장성을 세 번 보게 되면 사린 칼이 절로 퍼져 변화 무궁할지라.

 

작품의 전개는 주인공의 신이한 출생, 성장과정에서의 시련과 극복, 그리고 영웅적 투쟁과 화려한 승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유충렬전은 영웅의 일대기를 가장 잘 그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충신과 간신의 대립을 통하여 당대의 충신상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또한 두 번에 걸쳐 호국(胡國)을 정벌한다는 점에서,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 대한 강한 민족적 적개심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완판본 유충렬전은 전체 분량이 86장으로 상권 39장, 하권 47장으로 책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독자들을 극도로 고조시킨 지점에서 상권을 끝냈다는 점을 통해 방각본* 상업적 측면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방각본(坊刻本) : 영리를 목적으로 민간에서 판각하여 간행한 책.

조웅전(趙雄傳)

 

 

『조웅전(趙雄傳)』 민중적 영웅의 탄생, 평범함을 넘어 비범함으로

조웅전은 중국 송나라를 배경으로, 간신(奸臣)인 이두병의 모함으로 생을 마감한 조 승상(丞相)의 외아들 조웅의 이야기입니다. 조웅은 역경을 이기며 글과 술법을 배우고, 천하 명검(名劍)과 명마(名馬)를 얻게 되어 영웅의 면모를 갖추게 됩니다. 결국 원수인 이두병을 굴복시키고 태자를 구출해 송나라를 구하는 내용입니다.

 

영웅소설은 주인공의 신분에 따라 귀족적 영웅과 민중적 영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평범한 인물이었던 조웅이 운명을 개척하며 비범한 영웅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민중적 영웅의 탄생과 활약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조웅전』은 영웅소설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특히 간신이자 아버지의 원수를 잡아 복수를 하는 장면에서는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조웅이 이두병을 보니 분기(憤氣) 충천한지라. 군사를 호령하여, “두병아 네 낯을 들어 나를 보라. 네 죄를 생각하니 죽여도 아깝지 않음이라. 태자를 귀양살이 보내고 사약을 내리니 그 죄가 어떠하며, 또 나를 잡으려고 장졸을 보내어 시절을 요란케 하니 무슨 일이뇨? 사실대로 똑바로 아뢰어라.”하는 소리 천지를 진동하는지라.

 

고전소설에서는 인물의 심리상태를 직접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시(詩)나 가요를 통해 전달하여 문학적으로 세련된 방식을 취합니다. 『조웅전』은 완판본 영웅소설 가운데 가장 많은 시와 가요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는 작품의 문학적 완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주고, 판소리 문화적 토양에 친숙한 전주 지역의 독자들에게는 작품을 즐기는 매력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완판본 영웅의 이야기를 만나다.

 

완판본문화관을 나서며...

"조선, 영웅의 이야기에 열광하다"를 보니 미국에서 영웅을 영화로 한 이야기들이 가장 먼저 생각이 납니다. 캡틴 아메리카, 슈퍼맨, 아이언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플래시맨, 아쿠아맨, 앤트맨 등... 너무 많은 영웅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우리나라 사람들도 영웅 소설을 이미 보고 있었다는 점과 구독자 층이 넓게 있었다는 부분에서 잠시 생각을 해봅니다. [럭셔리크로우]

 

오늘의 이 자료들이 전주 한옥마을에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 길잡이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도움이 되신 분들은 구독, 댓글, 하트(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