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도로공사 전주수목원에서 600년 전 귀공자의 「비밀의 화원」 - 안평대군 저택의 풍경을 담은 ‘비해당48영(匪懈堂四十八詠)’ 속 꽃식물을 주제로 고전 속의 화원II- 비해당48영(匪懈堂四十八詠) 비밀의 화원 (2024년 5월) 전시회를 열었다. 2023년 고전 속의 화원Ⅰ-임원경제지 예원지 화원 (2023년 6월) 전시회의 사진을 아직 올리지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꽃이 있어 오늘 블로그에 올려본다. [전주 럭셔리크로우 사진 4월, 5월]
비해당 48영(匪懈堂四十八詠)
조선 초기의 왕족이자 예술 애호가였던 안평대군(安平大君, 1418-1453)의 저택 '비해당(匪懈堂)*'의 아름다운 경치 48가지를 주제로 하여 지어진 시들을 말합니다. 안평대군 자신이 48가지 경치를 선정하고 그에 대한 시를 먼저 지었으나, 안타깝게도 대군의 시는 현재 전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평대군이 당대 최고의 문인들을 초청하여 같은 주제로 시를 짓게 하였고, 그 결과 최항(崔恒), 신숙주(申叔舟), 성삼문(成三問), 김수온(金守溫), 서거정(徐居正) 등 명사들의 시가 '비해당 48영'이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집현전(集賢殿)의 학사(學士)들로, 뛰어난 학식과 문장력을 자랑하는 인물들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안평대군의 높은 안목과 당대 문인들과의 교류를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안평대군을 사사(賜死)하고 그의 가문을 몰락시킨 세조(世祖)의 친손자인 성종(成宗)조차도 안평대군의 예술적 재능을 기리는 시 [열성어제 제5권 중_성종대왕어제] 를 남겼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정치적 반목과는 별개로 안평대군의 문화 예술적 업적은 후대에도 인정받았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비해당 48영’은 단순히 시 모음집을 넘어, 당시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정치적 상황까지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또한 안평대군이라는 인물을 통해 조선 초기의 문화 예술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합니다.
*비해당(匪懈堂): 안평대군의 저택 이름으로, '게으르지 않는 집'이라는 뜻으로 인왕산(仁王山) 기슭의 넓은 골짜기 깊은 곳에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전주 럭셔리크로우]
옥매 Prunus glandulosa (장미과)
장미과의 낙엽 관목으로 동국이상국집에도 등장하는 것으로 보면 고려 중기부터 재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輕盈玉梅(경영옥매: 하늘거리는 옥매)
매화 한번 떠나고 초혼 아직 못했는데,
옥매의 골격 문득 남았음이 보이누나.
은은한 향 번갈아 와 그 뜻을 알겠는데,
맑은 모습 만나보니 나는 말하기가 싫어라.
달 기우는 긴 가지에 황혼의 그림자,
늦은 봄의 높다란 시렁에 흰 눈의 자취
동쪽 성에 비바람 거센 것 한탄마라!
편편이 날아와서 술 동이에 꽃잎 드나니.
위 글은 전주수목원의 옥매(玉梅)를 쓴 푯말인데, 원문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성종(成宗)의 비해당48영(匪懈堂四十八詠)
성종도 이 시에 차운하여 칠언율시 48수를 지었으나 《성종대왕어제(成宗大王御製)》를 편찬할 당시에 5수를 미처 수습하지 못하여 현재 43수만 《성종대왕어제》에 실려 있다. 성종의 어제 중에서 빠진 시는 제18수 〈함외파초(檻外芭蕉)〉, 제34수 〈능파홍련(凌波紅蓮)〉, 제38수 〈분지운월(盆池雲月)〉, 제45수 〈소량연(巢樑燕)〉, 제46수 〈약소어(躍沼魚)〉이다. 성종은 〈비해당 사십팔영〉을 지은 뒤 문신들에게 화답시를 지어 올리라 명하였고, 이때 김일손(金馹孫)과 홍귀달(洪貴達) 등이 시를 지어 올렸다. 김일손이 지은 〈사십팔영갱운응제(四十八詠賡韻應製)〉는 《탁영집(濯纓集)》 속집(續集) 상(上)에 실려 있는데, 김일손의 시 뒤에 성종의 원운시(原韻詩) 48수 전체가 부록(附錄)되어 있다. 《성종대왕어제》와 《탁영집》에 수록된 시의 경우 일부 순서가 바뀐 작품도 있고, 글자가 다른 것도 상당수 있음. [글출처: 한국고전번역원 주석]
輕盈玉梅(경영옥매: 하늘거리는 옥매)
漠漠輕寒好雨經 / 가벼운 추위에 좋은 비가 내리자
爛然糝雪占春榮 / 찬란하게 흰 꽃 피어 봄꽃을 차지하네
軟枝無力欹風煖 / 여린 가지가 무력하여 훈풍에 기대고
玉蕋多情照日馨 / 흰 꽃이 다정하여 햇살에 향기롭네
淸韻渾隨明月見 / 맑은 운치는 밝은 달빛 따라서 드러나고
氷姿宜向禁□生 / 빙설 같은 자태는 궁궐에서 【빠짐*】 자라네
隔闌巧艶看何厭 / 난간 너머 고운 꽃은 어찌 보기 싫증 나랴
欲秉銀燈細訪名 / 촛불 들고 자세히 꽃을 찾으려 하네
[글출처: 한국고전번역원_성종(成宗)의 열성어제 제5권 중]
*【 】: 개인적으로 글이 빠진 자리에 玉(옥) 또는 美(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輕盈玉梅
啄木敲門鳥使經。羅浮消息又南榮。月宜來照元同色。雨欲侵凌更助香。氣壓閒花春造化。神傳寒玉雪平生。嬋娟一種開何晩。題品靑邱譜外名。[한국고전번역원 김일손(金馹孫) 탁영집(濯纓集) 원문]
▪위 시의 해설 및 풀이: 전주 럭셔리크로우 & AI
啄木敲門鳥使經。(탁목고문조사경)
딱따구리가 문을 두드리니, 봄 소식을 전하는 전령이 왔네.
여기서 ‘딱따구리’는 실제로 새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바람 소리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마치 딱따구리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들린다는 것이죠. ‘봄 소식을 전하는 전령’은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옥매가 추운 겨울 속에서 꽃을 피워 봄의 도래를 예고하는 것을 암시합니다. ‘經(경)’은 ‘지나다’, ‘겪다’라는 뜻으로, 옥매가 추운 겨울의 시련을 겪어냈음을 나타냅니다.
羅浮消息又南榮。(나부소식우남영)
나부의 소식이 다시 남쪽의 번영한 곳에 전해지네.
나부(산)은 중국 남방의 명산으로, 매화가 많이 피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 구절은 나부산의 매화 소식이 남쪽으로 전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곳의 옥매 또한 훌륭하여 명산의 매화와 견줄 만함을 암시합니다. ‘南榮(남영)’은 남쪽의 번영하고 번창한 곳을 가리키며, 매화와 더불어 옥매가 남쪽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과 찬사를 받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月宜來照元同色。(월의래조원동색)
달빛이 비추니, 본래 달빛과 같은 색이로다.
달빛 아래의 옥매를 묘사한 구절로, 옥처럼 하얗게 빛나며 달빛과 하나가 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옥매의 고결함과 청아함을 드러냅니다. ‘元同色(원동색)’은 옥매와 달의 색깔이 일치함을 강조하여 순수하고 티 없는 모습을 더욱 부각합니다.
雨欲侵凌更助香。(우욕침릉갱조향)
비가 와서 침범하고 짓밟으려 하지만, 오히려 향기를 더하네.
빗속의 옥매를 묘사한 구절로, 비바람의 침습에도 시들지 않고 오히려 더욱 짙은 향기를 뿜어내는 옥매의 굳건한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侵凌(침릉)’은 침습하고 짓밟는 것을 의미하며, 열악한 환경을 부각합니다. ‘更助香(갱조향)’은 역경 속에서 더욱 빛나는 옥매의 고귀한 품격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氣壓閒花春造化。(기압한화춘조화)
기세는 다른 꽃들을 압도하니, 이는 봄의 조화로다.
-옥매를 다른 꽃들과 비교하여 봄 옥매의 독특함을 강조하는 구절입니다. ‘閒花(한화)’는 봄에 늦게 피는 다른 꽃들을 가리키며, 옥매가 봄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을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春造化(춘조화)’는 대자연의 놀라운 솜씨를 찬탄하며, 옥매에게 이러한 특별한 생명력을 부여한 것에 감탄합니다.
神傳寒玉雪平生。(신전한옥설평생)
신이 전해 준 차가운 옥과 눈처럼 맑은 삶이로다.
-‘차가운 옥’과 ‘맑은 눈’으로 옥매의 깨끗함과 고귀함을 비유하고, ‘신이 전해 준’이라는 표현으로 옥매의 초월적인 아름다움을 묘사합니다. ‘平生(평생)’은 일생을 의미하며, 옥매가 평생 동안 고결한 품격을 유지함을 강조합니다.
嬋娟一種開何晩。(선연일종개하만)
저리도 아름다운 꽃이 어찌 이리 늦게 피었을까?
-겉으로는 의문형이지만 실제로는 감탄의 표현으로, 옥매의 아름다움과 독특함을 찬탄하는 구절입니다. ‘嬋娟(선연)’은 여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형용하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옥매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何晩(하만)’은 정말로 늦다는 의미가 아니라, 옥매가 추운 겨울을 보내고 피어나는 특성을 강조하며, 봄에 만개하는 다른 꽃들과 대조를 이룹니다.
題品靑邱譜外名。(제품청구보외명)
품평을 적으니, 이는 청구의 화보에도 없는 명품이로다.
-이 시가 옥매를 찬양하기 위해 지어졌음을 명확히 밝히는 구절입니다. ‘題品(제품)’은 품평하고 찬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靑邱(청구)’는 전설 속의 지명으로, 중국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譜外名(보외명)’은 일반적인 화보에는 없는 진귀한 품종임을 나타내며, 옥매의 귀함과 독특함을 부각합니다.
▪총평: 이 시는 옥매가 추운 겨울, 달빛 아래, 빗속 등 다양한 환경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옥매의 고결함, 굳건함, 청아한 품격을 드러냅니다. 시 속에서 많은 비유 등의 수사법을 사용하여 시의 이미지를 생동감 넘치고 심오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시는 단순히 옥매를 찬양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상한 품격을 노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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