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화사(御眞畵師)란 왕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사(畵師)를 말한다. 전북에서 활동한 어진화사 채용신蔡龍臣(1850~1941)은 고종 어진을 그렸다.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고향으로 돌아와 다양한 그림을 그린 채용신의 회화 세계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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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신과 근대
이번 주제전시에서는 채용신(1850~1941)이 회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회화적 시도를 거듭했음을 조명합 니다. 채용신은 20세기 초에 태조와 고종의 어진을 그리며 초상화가로 명망이 높았지만 초상화 뿐 아니라 산수화와 화조영모화, 고사인물화 등 다양한 그림을 제작했습니다. 1906년, 그는 고향인 전라북도로 돌아와 익산의 금마산방(1906~1923), 정읍의 채석강도화소(1926~)를 운영하며 주문에 응하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공방을 만들고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그림을 그린 채용신에게서 근대 화가로서의 면모를 발견 할 수 있습니다.
Chae Yongsin and Modern Transitions
In this thematic exhibition, we aim to highlight the history of Chae Yong-shin(1850~1941) who continued the tradition of painting while making new pictorial attempts. Chae was a renowned portrait artist for his portraits of King Taejo and King Gojong in 1900, but he also produced a variety of paintings, including landscape paintings, bird and flower paintings, and narrative figure paintings. In 1906, he returned to his hometown, Jeollabuk-do Province and operated painting workshops, producing paintings in response to orders. You can discover the qualities of a modernity in Chae Yongshin, who operated his workshop in keeping with the changes of the modern times and painted with his own unique painting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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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동물 花鳥翎毛圖
채용신蔡龍臣(1850-1941)
20세기 전반
면에 색
Animals and Flowers
Chae Yong-sin(1850-1941)
Early 20th Century
Ink and color on cotton
제일 오른쪽 제1폭은 해가 떠오르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쌍의 학과 거북이 등장하는데 모두 장수를 뜻하는 상서로운 동물이다. 제2폭 파초 앞에 모인 닭과 병아리, 제4폭의 오동나무 아래 어미젖을 빨고 있는 강아지는 가족의 따뜻함을 보여준다. 또 토끼가 풀꽃을 뜯어먹는 장면, 암수 공작이 벌레를 바라보는 장면은 채용신이 구상한 독특한 도상이다. 제6, 7, 8폭에 단독으로 등장하는 매, 사슴, 원숭이는 용맹함, 장수, 관직을 상징하는데, 각 동물의 시선은 감상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새를 표현하는 필법, 녹색과 군청색을 칠한 바위 처리, 하늘이나 물가를 청색으로 엷게 칠하는 방식 등은 채용신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제8폭-원숭이, 딱따구리 / 제7폭-사슴 / 제6폭-매 / 제5폭-공작 / 제4폭-개, 강아지 / 제3폭-토끼 / 제2폭-닭, 병아리 / 제1폭-학, 거북
▪국립전주박물관 전주 78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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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새 花鳥圖十幅屏風
채용신蔡龍臣(1850-1941)
1914년
면에 색
Bird and Flower
Chae Yong-sin(1850-1941)
1914
Ink and color on cotton
꽃나무와 암석 등을 배경으로 한 쌍의 새를 그렸다. 대상을 공필로 그리고 진한 색으로 화사하게 칠했는데 한 쌍의 새는 부부 금슬이나 화합을 상징한다. 제5폭과 제7폭에서 오리가 반복해 등장하는데 제7폭에서는 새끼 오리들이 자유롭게 헤엄치고 커다란 연잎 위에 물총새가 그려져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꿩 그림도 마지막 폭에서는 달빛이 비치는 한밤을 배경으로 해서 제6폭의 꿩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러한 화조영모병풍은 화려한 진채와 10폭의 병풍이라는 점에서 궁중화조도와의 깊은 연관성을 보여준다. 제10폭에 채용신의 낙관이 있어 1914년의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제10폭-꿩 / 제9폭-기러기 / 제8폭-메추리 / 제7폭-오리 / 제6폭-꿩 / 제5폭-오리 / 제4폭-앵무새 / 제3폭-비둘기 / 제2폭-원앙 / 제1폭-금계
▪국립전주박물관 전주 78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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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상 肖像
채용신蔡龍臣(1850-1941)
1928년
면에 색
Portrait
Chae Yong-sin(1850-1941)
1928
Ink and color on cotton
정자관에 심의를 입고 두 손을 모은 학자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 초상은 <송병화 초상> 제작 후 16년이 지나 완성된 것으로, 그 사이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주인공 얼굴 표현에서 근대 사진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나며, 인물 뒤편에 펼쳐진 삼폭 산수병풍은 하단에 깔린 화문석과 함께 공간감을 구현했다. 폭이 좁은 화면, 제목이나 낙관을 위해 남겨둔 사각 제목란, 상단과 좌우에 비단을 붙이는 대신 그려서 표현한 문양대 등은 채용신의 후기 초상화의 제작 양상과 장황 방식을 잘 보여준다.
▪국립전주박물관 전주 78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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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화 초상 宋炳華肖像
채용신蔡龍臣(1850-1941)
1912년
비단에 색
Portrait of Song Byeonghwa
Chae Yong-sin(1850-1941)
1912
Ink and color on silk
조선 말기의 유학자 송병화(1852~1915)의 61세 초상으로 전해진다. 선비들이 평소에 쓰는 장보관章甫冠과 심의를 착용하고 가슴에서 두 손을 맞잡은 자세로 정면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얼굴은 필선을 무수히 반복했고 코와 광대뼈에는 하이라이트를 주어 입체감을 살렸다. 눈동자 주위에 점을 찍어 홍채를 표현한 것은 채용신의 특징적인 기법이다. 송병화의 시문집인 『난곡집蘭谷集』에는 전우田愚(1841~1922)와 주고받은 서신이나 최익현崔益鉉(1833~1906)의 죽음을 애도한 만장輓章이 있어, 전북 지역의 애국지사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신수 9828(1988년 송진도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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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수 초상 權沂洙肖像
채용신蔡龍臣(1850-1941)
1919년
비단에 색
Portrait of Kwan Gisu
Chae Yong-sin(1850-1941)
1919
Ink and color on silk
중추원의관을 지낸 권기수의 63세 초상이다. 테두리가 좁은 흑립을 쓰고 두루마기에 옥색 전복戰服을 걸쳤으며 양손에 부채와 대모 안경을 쥐고 있다. 심의를 착용한 유학자 초상과는 달리 얼룩 점무늬가 있는 대모갓끈, 복숭아 모양의 전복 단추, 가슴에 두른 분홍색 세조대가 장식적이다. 옷차림과 소지품을 통해 권기수의 재력과 취향을 엿볼 수 있다. 한 면의 비단에 초상을 그리고 상부와 좌우에는 비단 문양대를 그려 넣었다.
(오른쪽) 정삼품통정대부 중추원의관 송계 권기수 63세 초상.
(왼쪽) 개국 529년 기미 중춘하한에 종이품 전 (정산)군수 석지 채용신이 그렸다.
開國五百二十九年 己未仲春下澣 從二品前郡守 石芝蔡龍臣寫.
▪국립중앙박물관 신수15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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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 초상 金瓘肖像
채용신蔡龍臣(1850-1941)
1914년
비단에 색
Portrait of Kim Gwan
Chae Yong-sin(1850-1941)
1914
Ink and color on silk
조선 전기 문신文臣 김관(1425~1485)의 초상으로 오사모를 쓰고 쌍학흉배가 있는 관복을 입은 채 호피가 걸쳐진 의자에 앉아있는 전신 좌상이다. 채용신은 전북 지역에 집성촌을 이루고 있던 언양 김씨 집안의 주문에 따라 이 가문의 인물 3인의 초상을 제작했으며 김관 초상이 그중 하나였다. 조선 전기 전통적인 공신 초상화의 좌안칠분면이 아닌, 정면관正面觀의 자세에 서양화법을 사용했지만 매서운 눈매와 수염 등에서 이전에 제작된 김관 초상을 충실히 따랐음을 알 수 있다. 화면 좌우에 적혀 있는 글에서 초상화의 주인공과 작자, 1914년의 제작 시기를 비롯하여 13대손 철상哲相이 김관 초상을 모셨음을 밝히고 있다.
▪국립전주박물관 전주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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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호랑이와 다람쥐 翎毛圖
채용신蔡龍臣(1850-1941)
20세기 초
종이에 색
Tigers in the Moonlight
Chae Yong-sin(1850-1941)
Early 20th Century
Color on paper
화면은 이단으로 나뉘어져 아랫부분에는 커다란 소나무와 두 마리의 다람쥐가, 윗부분에는 달이 떠 있는 바다를 향해 가는 어미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들이 그려졌다. 호랑이와 다람쥐가 함께 등장한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는데, 석정 이정직李定稷(1841~1910)이 그림 위에 당나라 시인 저광희儲光羲의 「용맹한 호랑이 글(猛虎詞)」 일부를 썼다. 채용신은 1906년 정산군수직에서 물러나 김제 일대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이 작품으로 갈색과 푸른색 담채를 사용했던 초기 영모도 화풍을 확인할 수 있다. 더불어 채용신과 이정직, 이정직의 제자이자 호문당의 주인인 송기면宋基冕(1882~1956) 3인의 관계를 알 수 있어 흥미롭다.
높은 구름은 기운 쫓아 떠있고 대지는 소리 따라 흔들리네. 석지 채용신이 김제 요교蓼橋 호문당好問堂*에서 그리다.
高雲逐氣浮, 厚地隨聲震、石芝蔡龍臣作于蓼橋好問堂中.
▪국립전주박물관 전주 78791
*김제 요교蓼橋 호문당好問堂
요교정사(蓼橋精舍): 김제시 백산면 자학길 191에 위치. 강암(剛菴) 송성용(宋成鏞)의 아버지인 유재(裕齋) 송기면(宋基冕)이 후학을 가르치던 학당이다.
송기면(1882-1956)의 본관은 여산이며, 송유익의 후손으로 초년에 옆 마을 석정(石亭) 이정직(李定稷)의 문하에서 수학하고 만년에는 간재(艮齋) 전우(田愚)의 문하에서 공부하여 학문적 기반을 형성했다.
호문당(好問堂)이란 ”질문하기를 좋아하는 집“이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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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주의 순절 鄭夢周殉節圖
채용신蔡龍臣(1850-1941)
20세기 초
면에 색
Royal Death of Jeong Mongju
Chae Yong-sin(1850-1941)
Early 20th Century
Ink and color on cotton
고려 말 충신인 정몽주鄭夢周(1338~1392)의 죽음을 그린 역사고사 인물화이다. 그림 중앙에 정몽주가 조영규의 철퇴를 맞고 선죽교 위에 쓰려져 피를 흘리는 장면이 그려졌다. 정몽주가 타고 온 갈색 말은 놀라 도망가고 이를 지켜본 두 명의 하인도 달아나고 있다. 생생한 인물 표현, 건물과 나무의 채색 등에서 채용신의 화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의 상단에는 송도(지금의 개성) 성곽이 그려져 사건이 일어난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하단에 정몽주의 절의를 기리며 조선 후기에 세워진 비각이 함께 묘사된 것이 흥미롭다.
▪국립전주박물관 전주 78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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