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주 럭셔리크로우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2023.02.04.에 국립전주박물관의 깨달은 수행자 나한전을 다녀와서 너무 기분좋게 보고 느낀 전시 내용을 올려드립니다.
깨달은 수행자 나한전은 '전라도와 강원도 나한의 만남'이라는 부제로 2022.11.29. ~ 2023. 02. 26.까지 특별전을 하고 있습니다. 포스팅에 글은 전시장에 있는 글을 옮겨왔습니다. 사진_전주 럭셔리크로우
“깨달은 수행자, 나한_전라도와 강원도 나한의 만남”
Introduction to Arhats as Enlightened Ascetics : An Encounter between Arhats from the Jeolla and Gangwon Regions
지난 몇 년 우리들은 힘든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끼며 고난 끝의 안도감에 잠시 숨을 고르게 됩니다.
관람객 발길이 멈추었던 박물관도 잠시의 적요寂寥에서 깨어나며, 고독한 수행을 통해 자유에 이른 불제자 나한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나한은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렀지만, 열반에 드는 것을 미루고 중생과 함께하였습니다. 불법을 지키며, 사람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히 고려와 조선시대의 전라도와 강원도의 석조 나한상을 모았습니다. 나한은 부처와 보살에 비해 도상의 법식에서 자유로워 얼굴과 자세 표현이 다채롭습니다. 여러 수행자의 모습을 한 나한의 얼굴은 그를 바라보는 사람을 무루無漏[번뇌가 없음]의 길로 이끕니다.
나한을 마주하며 번뇌를 넘어 깨달음으로 정진했던 수행자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전시실을 들어서면 우측 벽에 소리정보[남원 실상사의 소리] 가 있습니다.
전시실 소리 정보 Sounds in the Exhibition Gallery
남원 실상사 경내의 소리들입니다(정만영 작가 채집).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다양한 계절의 소리를 모았습니다.
전시실에서 실상사에서 나누어준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Visitors can listen to the sounds of nature filling Silsangsa Temple in this exhibition hall.
1. 새벽을 울리는 범종 3:45
2. 작은 실상사, 극락전 가는 길에 극락천 2:15
3. 극락전 숲으로 3:44
4. 요사채, 넓은 나뭇잎을 흔드는 비 3:43
5. 해탈교 위에서 실상사를 바라보다 3:27
6. 화림원의 오후 바람 7:17
7. 비를 피해 비닐하우스로, 그리고 소리비 5:40
8. 생명의 소리 7:12
9. 보광전 앞 돌수곽 3:17
1 나한과 마주 봄: 깨달음으로 가는 걸음
Encountering Arhats: A Step towards Enlightenment
나한羅漢은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마음을 다해 수행하여 아무 괴로움도 없는 경지에 도달했던 불제자들입니다. 이들은 깨달은 후에도 중생 곁에 머물며, 불법佛法을 지키고 사람들을 보살폈습니다.
나한은 좋지 않은 일을 물리치고, 바라는 일을 이루어 주는 신비한 힘을 가진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이 믿음은 우리나라에서 고려시대부터 나한 신앙으로 널리 퍼졌습니다. 사람들은 심오한 불법으로 체계화된 불·보살에 비해, 부처의 제자로 수행했던 나한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나한얼굴에 나타난 잔잔한 기쁨과 평온, 놀람과 두려움은 깨달음의 경지가 신과 같이 완전무결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일상을 사는 우리도 수행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합니다.
영월 창령사 터 나한상의 희로애락, 나주 불회사 나한상의 개성 강한 얼굴들, 담양 서봉사 터 나한상의 말끔한 미소, 남원 실상사 서진암 나한상의 굳건함을 만납니다.
나한의 얼굴을 마주하며 깨달음으로 가는 걸음을 내디뎌 봅니다.
고독한 수행으로 마침내 자유로워졌지만, 다시 중생을 향해 손을 내밀었던 나한의 이타행利他行을 기억하면서요.
승려의 모습으로 수행하는 나한 열여섯 분이 벽을 따라 앉아 있습니다. 자신 안에 깊이 침잠沈潛 해 있다가, 조금씩 깨어나 결국에는 세상을 향해 미소를 띱니다.
기쁨과 더 많은 기쁨 가지며 탐욕을 영원히 없애버리고 자기의 믿음과 생각을 깨달아 세상에 가장 좋은 것을 얻었네.
항상 고요하고 조용한 마음을 갖고 우매한 이를 청정淸淨하게 만드나니 이와 같은 공덕을 갖추었기에 아라한阿羅漢이라 부르느니라. 『아라한구덕경阿羅漢具德經』에서 발췌
1 전시실의 모습
나한을 부르는 여러 이름_Several Names Referring to Arhats
나한羅漢은 고대 인도 말인 산스크리트어 ‘Arhat’의 발음을 한자로 바꾼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입니다.
‘Arhat’은 원래 ‘존경할 만한 자’, ‘가치가 있는 자’, 혹은 ‘번뇌를 없애는 자’를 뜻하는 단어였습니다.
즉, 아라한은 수행을 통해 윤회輪回의 속박을 끊고 피안彼岸에 도달한 자로 여겨졌으며 수행자가 도달할 수 있는 맨 마지막의 지향점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불교 교리의 해설서인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에 따르면, 나한은 인간과 천상의 공양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응공應供’, 더는 배울 것이 없으므로 ‘무학無學’, 열반涅槃에 들어 다시 생사의 과보를 받지 않는다는 뜻에서 ‘불생不生’이라고도 불립니다.
2 전라도와 강원도의 나한_Arhats from jeolla and Gangwon Regions
1 <담양 서봉사(瑞峯寺) 터 나한상>
서봉사 터는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 정곡리에 있는 절터입니다. 서봉사 터에서는 여래상과 보살상 각 한 점, 형태가 온전한 나한상 열세점, 머리 부분이 손실된 합장한 상 한 점, 동물을 품고 있는 상 한 점 등 총 열일곱 점의 조각상이 확인되었습니다.
서봉사 터 나한상은 상체가 짧은 몸의 비례, 미소를 띤 얼굴, 정형화된 귀의 모양 등이 17세기 전라도에서 조성되었던 순천 송광사, 구례 천은사 나한상과 비슷해서 그 조성 시기를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조각상의 재질은 암질이 무른 석회암으로 불회사나 서진암 나한상에 비해 조각 면이 매끈하고 세밀한 편입니다.
2 <나주 불회사(佛會寺) 나한상>
1994년 전라남도 나주의 불회사 근처에서 많은 불상과 나한상 조각이 발견 되었습니다. 그 중에 얼굴 조각만 243점으로 불회사에 오백나한이 봉안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나한상은 다양한 표현을 보이는데, 팔을 괴고 생각하는 모습, 눈을 감은 모습, 명상하는 모습 등 개성 있는 표정이 눈길을 끕니다.
나주 불회사(佛會寺) 나한상의 얼굴 확대
나한상은 회색, 연회색 등의 응회암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무른 재질인 응회암은 화강암보다 조각하기 쉽습니다. 불회사의 나한과 불상은 상체가 짧고 가슴 부분의 대의大衣(윗옷) 모양이 직선적인 것 등으로 보아 조선 15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3<남원 실상사(實相寺)서진암(瑞眞庵) 나한상>
서진암은 전라북도 남원 실상사의 부속 암자 가운데 하나로 원래는 세전암이며 세진암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서진암에는 모두 일곱 점의 나한상이 전하는데, 현재 네 점은 서진암에, 세 점은 금산사 성보박물관에 있습니다.
이 중 한 점의 나한상 대좌 바닥에 「正德十一年丙子化主敬煕정덕십일년병자화주경희」라는 명문으로 1516년 병자년에 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상사 나한상은 각각 다른 조각 솜씨를 보이고 있어 제작자나 만들어진 시기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들의 재료는 어두운 빛을 띠는 화강암입니다. 실상사 인근 함양 마천면 일대가 ‘마천석’ 이라 불리는 검은 빛 화강암 산지로, 나한상들은 실상사 근처에서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금산사 성보박물관에 2022.11.20.에 다녀왔었는데요. 그때 관련 사진을 올려봅니다.
나한상은 바위 대좌 위에 정좌하고 앉아 있고 머리에는 두건을 썼으며 얼굴은 널찍하여 살집이 표현되었다. 표정은 입체적인데 자세는 경직되어 있으며 옷주름은 간략하게 표현하였다. [금산사 성보박물관]
4<영월 창령사(蒼嶺寺) 터 나한상>
창령사 터 오백나한상은 2001년에 강원도 영월의 폐사된 절터에서 우연히 발견되었습니다. 발굴조사에서 ‘蒼嶺창령’ 글씨가 새겨진 기와 등 총 701점이 발굴되었는데, 이 중에서 불교 존상은 나한상 317점, 불상과 대좌 등 열한 점으로 총 328점이었습니다.
이 나한상들은 동자승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얼굴과 표정을 담아냈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갖가지 표정들은 해탈한 성자의 편안한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제작 시기는 고려시대로 여겨지는데, 관련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영월은 석회암 지대인데, 나한상을 만든 재료는 흑운모 화강암과 조금 밝은 색의 규장질 화강암입니다. 지질 조사를 통해 상의 재료는 창령사 터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제천 송악산 일대의 돌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나한 수행의 네 단계
첫 번째, 예류과豫流果_첫 깨달음 / 나한은 수행을 통해 처음 깨달은 예류과豫流果,
두 번째, 일래과一來果_단 한 번의 미혹 / 단 한 번만 미혹에 빠지고 이후 해탈에 이르는 일래과一來果,
세 번째, 불환과不還果_윤회를 마침 / 다시는 번뇌하지 않고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 불환과不還果의 단계를 거쳐
마침내, 아라한과阿羅漢果_완전한 자유 / 비로소 괴로움이 사라진 마지막 깨달음의 경지인 아라한과阿羅漢果에 이릅니다.
깨달은 수행자 나한의 하이라이트는 2부에서 3부로 넘어가는 곳에 있습니다. 미디어 아트로 가는 길목에 나한의 사진이 걸려 있고 바닥에는 숲이 되고, 바다가 되어 숲소리와 파도 소리로 일반인에게 다가옵니다. 이 좁을 길을 지나가면 3부 전시실에서 고요함 속에 두 나한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음악과 자연의 소리가 나오며 말없이 생각에 잠겨봅니다.
3부 전시회로 가는 길목에 미디어 아트
3 깨달은 수행자, 나한_미디어 아트(6:00)_ 브이오엠랩VOMLab 제작
별이 떠오르는 깊은 밤에서 햇빛이 수면에 반짝이는 이른 아침까지 수행의 시간을 담았습니다. 우주의 한가운데에서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가 보세요. 여명이 비추면 고개를 들어 건너편으로 날아가는 새를 봅니다. 그 처럼 자유로워질 나를 기대하면서요.
◎음악: 피오나 애플Fiona Apple_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 (5:00) / 편집 음원_달의 길(1:00)
원곡은 1969년에 비틀즈가 발표한 같은 제목의 노래입니다. 존 레논은 아내와의 말다툼 후 떠오른 문장으로 이 곡을 쓰기 시작했지만, 결국은 우주에 관한 노래로 완성했습니다. 노래 가사 중 Jai guru deva는 산스크리트어로 "선지자, 깨달음을 주소서"라는 말입니다. 저 너머의 다른 세계와 우주로 향하게 되는 한 순간을 담은 이 노래는 보통의 삶에서 깨달음을 바라는 사람들의 순간들과 닿아 있습니다.
◎화면에 손을 대보세요_영상이 나오는 화면에 손을 대면 물의 파장이 일렁입니다.
◎나한상가까이_두 나한상 가까이로 다가가 자연의 소리를 듣습니다.
나한羅漢은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마음을 다한 수행으로 비로소 아무 괴로움도 없는 경지에 도달했습니다. 나한은 또한 열반涅槃에 드는 것을 미루고 중생 곁에 머물며, 그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보살폈습니다. 나한은 좋지 않은 일을 물리치고, 바라는 일을 이루어주는 힘을 가진 존재로 여겨졌으며, 이 믿음은 우리나라에서 고려시대로부터 나한 신앙으로 널리 퍼졌습니다. [깨달은 수행자, 나한_전라도와 강원도 나한의 만남 리플릿 중에서...]
강원도와 전라도의 석조 나한상을 보며 느낀 점은... 나한상이 호화찬란한 게 아닌... 소박하면서도 투박하기까지 한 조형의 모습으로 다가왔고, 무엇보다...나한의 각기 다른 표정에서 알 수 없는 편안함? 기분 좋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전시회가 2023.02.26.(일요일)까지입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꼭 한번 가보길 추천합니다.
끝으로 "3. 깨달은 수행자, 나한_미디어 아트" 부분 편집영상으로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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