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겨울의 파란 하늘이 오늘의 행선지를 알려줍니다. 오늘은 늦지 않게 겨울에 피어나는 복수초를 찾아 완주 불명산으로 떠나봅니다. 복수초(福壽草) 2부에서는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의 소빙하 병서 신축년 원문의 한시(漢詩)까지 살펴보겠습니다.
전주에서 복수초(福壽草)를 보기 위해 완주군 경천면 불명산(佛明山)으로 향했다.
불명산(佛明山)에는 시루봉 남쪽에 있는 삼국시대 신라의 제30대 문무왕 이전(추정)에 창건된 화암사(花巖寺)라는 사찰이 있다. 목적지로 가는 도중 꼭 지나가야 하는 길에 수령 약500년으로 보이는 느티나무를 지나간다. 오늘은 사진을 꼭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찍어 본다.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요동마을 보호수(당산나무)
•지정번호: 9-6-13
•수 종: 느티나무
•지정일자: 2007.10.05.
•수 령: 약 500년
•수 고: 25m
•나무둘레: 5.85m
•소 재 지: 경천면 가천리 요동마을
•관 리 자: 마을이장
당산나무 이야기
당산목으로 정월대보름제를 올리고 당산제를 마친 후 전 주민이 음식을 가지고 마을 느티나무 아래로 와서 함께 술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마을의 화합을 다짐.
싱그랭이 요동마을
요동(堯洞)마을은 옛날에는 ‘신거랭이’라 불렸다.
예전에는 전주와 금산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여서, 원님일행이 역과 역 사이를 행차할 시 하룻밤 묵고 가시던 중간 기착마을로 객사가 있었으나 지금은 그 흔적으로 기왓장과 “원터”라 부르는 지명만 남아있다. 원님 수행원들과 장꾼, 한양으로 가는 호남내륙 선비, 여행객들이 잠시 쉬어가는 쉼터 마을로써, 자연스레 주막이 밀집해 있었고, 주민들이 짚신을 삼아 걸어놓으면 갈아신고 갔다 하여 “신거랭이” 라는 마을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의 변천과 지역 방언 등의 이유로 부드럽고 다정다감하게 “싱그랭이”라 부르고 있다.
요동마을은 약 800년 전 신씨성의 가족이 살기 시작 하였다 하며, 마을형성에 시초일거라 전해지고 있다.
이 마을의 특산품으로는 곶감과 두부를 꼽을 수 있다. 당도가 뛰어난 두리종 감으로 자연 건조시킨 ‘싱그랭이 두리흑곶감’은 생산 원조 마을이며, 진상품의 원조이기도 하다. 가을이면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이 멋스런 아름드리 풍경을 만들고 넉넉한 인심과 정성으로 만든 두부는 영양만점의 별미다.
7세기 말경에 창건된 화암사(花巖寺)아래 마을로써 한국전쟁 때에는 소각될 위기에 처한 절을 주민들이 지켜냈다. 겨울에 피는 복수초의 설화가 전해지는 이 고찰을 말없이 바라보는 주민들의 애잔한 마음을 화암사 가는 길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대변 해주고 있다.
화암사 우화루[보물 제 662호], 극락전[국보 제 316호] 동종[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40호], 중창비[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94호] -쉼터디자인 남해경, 마을조사자 함한희-
화암사 창건 설화
화암사 창건 설화는 눈 속에서 피는 꽃, 노랑 연꽃 복수초와 관련이 깊다.
창건 설화에 나오는 꽃이 연꽃이라는 일부 학자의 주장도 있지만 생태학적으로 보면 복수초가 맞는 듯하다. 북쪽 지방에서는 눈 사이에 피어난 꽃이라 하여 얼음새꽃, 눈새기꽃이라고도 부르며, 중국에서는 눈속에 피어 있는 연꽃이라 하여 설연(雪蓮)이라 부르기도 한다. 화암사의 창건 설화에 등장한 복수초와 연화공주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에 의하면, 불치병에 걸린 연화공주가 있었다. 공주의 병을 낫게 하려 방방곡곡의 명의와 신비한 약재를 다 썼지만 병은 깊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불공을 드리고 돌아온 왕은 깊은 잠에 빠졌다. 그날 꿈속에 부처님이 나타나 “너의 갸륵한 불심에 감동하여 연화공주의 병을 낫게 해 줄 것이노라.” 하며 조그마한 연꽃잎 하나를 던져 주고 사라졌다. 잠에서 깨어난 왕은 신하들에게 연꽃을 찾아보라 명했다. 그러나 엄동설한에 연꽃이 있을 리 만무했다.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연꽃을 찾았다는 전갈이 왔다.
그 꽃은 다름 아닌 불명산 깊고 험한 바위틈 사이에 핀 복수초였다. 왕은 이는 분명히 하늘이 내려준 ‘은혜의 꽃’ 이라고 생각하고 몇몇 신하들에게 조심스럽게 꽃을 가져오게 했다. 며칠이 걸려 연꽃이 핀 산으로 올라간 신하들은 꽃을 꺾으려다 말고 누가 이 꽃을 키우는지 바위 뒤에 숨어 지켜보기로 했다. 이때 산 밑 연못 속에서 용 한 마리가 나타나 연꽃에 물을 뿌려주고 다시 연못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신하들은 이 엄청난 광경을 목격하고 두려움에 떨었다. 모두 뒷 걸음을 치자 신하 중 담력이 강한 사람이 꽃을 꺾어 궁으로 가져갔다.
꽃을 다려 먹은 연화공주는 말끔하게 병이 나았다. 왕은 부처님의 은덕을 깨닫고 연꽃이 있던 곳에 커다란 절을 짓고 절 이름을 ‘화암사(花巖寺)’라 지었다. ‘화암사’란 ‘바위 위에 꽃이 피었다’는 뜻이다.
불명산(佛明山) 화암사(花巖寺) 복수초(福壽草)를 보기 위해 주차를 하고 등산로를 따라 산을 보며 올라간다.
불명산 佛明山 (428m)
이른 봄 산 둔덕에 복수초, 얼레지가 피고, 여름엔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울창한 숲이, 가을에 단풍들어 고즈넉하고, 겨울엔 설경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 시루봉 남쪽 기슭에 천년고찰 화암사가 있다.
15세기에 쓰인 〈화암사 중창기>에는 화암사로 가는 길이 “사냥하는 사나이라 할지라도 이르기 어려운 절” 이라 묘사되었다. 고려 후기의 문신이었던 백문절은 화암사에 대해 7언 40구의 길고 긴 한시를 남겼다. 그만큼 화암사에 이르는 길이 험하고, 도에 이르는 길이 어려움을 뜻한 것이다.
잘 늙은 절 화암사는 속세의 욕망을 잠시 내려놓는 수도자의 걸음걸음을 만들어 가는 길이다. 백팔번뇌처럼 놓인 1백 47개 계단을 수행하듯 오르면 꽃비 흩날리는 누각 ‘우화루’ (보물 제662호)와 만나게 된다.
화암사(花巖寺)
사찰 안으로 들어서면 경내 중앙이 나온다. ㅁ자형 마당에 우화루와 극락전(국보 제316호)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극락전(極樂殿)은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하양식 건물이다. 이어 동서로 불명당과 적묵당이 있다. 적묵당은 승려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승방은 대개 단청을 하지 않고 여염집처럼 소박한 띠살문을 단다.
불명산(佛明山) 복수초(福壽草)
복수초의 학명_ Adonis amurensis에서 Adonis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소년이 맞다. 신화속에서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의 연인으로 멧돼지에 물려죽고, 아도니스의 죽음을 슬퍼하며 죽은 곳에 꽃이 피어나게 하는데 이 꽃이 아네모네이다. 아네모네의 이름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아네모스(Anemos=바람)에서 기원했고, 꽃말은 "사랑의 괴로움" 이다.
아네모네(미나리아재비목 > 미나리아재비과)의 생김새 역시 복수초와 많이 닮았다. amurensis는 아무르지역을 뜻한다. 복수초(福壽草)의 꽃말은 사람의 목숨(壽)에 복(福)을 주는 꽃이라 "영원한 행복" 이다.
복수초(福壽草)에 대한 우리나라의 기록에는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가 1661년 함경도 삼수에 유배할 때에 쓴 한시(漢詩) 소빙화 병서 신축년**(消氷花 并序 辛丑年)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고산 윤선도는 조선 시대 송강(松江) 정철(鄭澈), 박인로(朴仁老)와 함께 시조 문학의 최고봉을 이룬 인물로, 14세부터 시작(詩作)을 시작하여 사망하기 2년 전인 83세에 붓을 놓았으니 70년간 시조 75수, 한시(漢詩) 259편을 남겼다.
**신축년辛丑年(1661, 현종2)
소빙화 병서 신축년(1661년, 현종 즉위 2년) 원문
三江暮春。略無春色。長詠春來不似春之句矣。有客採山。適見草花於氷雪中。斫草筒蒔來。亦足聳目。其花一本一莖戴一葩。莖之長二寸許。瓣之大如金錢石竹。而色如金。不知其名。或云俗號消氷花。噫。其凌霜雪獨秀。不啻臘梅秋菊。而其潛滋陽氣於積陰之底。有同復之一畫。令人發深省也。 三水古三江
삼강(三江)은 늦봄인데도 봄빛이 조금도 없었으므로, 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시구를 읊곤 하였다. 그런데 어떤 객이 산에서 나무하다가 마침 빙설(氷雪) 속에서 풀꽃을 발견하고는 그 풀을 뽑아 통에 옮겨 심어 가져왔으니, 이 역시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일이었다. 그 꽃은 하나의 뿌리와 하나의 줄기에 하나의 꽃잎을 달고 있었는데, 줄기는 길이가 2치**쯤 되었고, 꽃잎은 크기가 금전화(金錢花)와 석죽화(石竹花) 같았으며 색은 황금빛이었다. 그 이름은 알 수 없으나, 혹자는 민간에서 소빙화(消氷花)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아, 상설(霜雪)에 굴하지 않고서 홀로 꽃을 피운 것이 섣달의 매화나 가을 국화와 같을 뿐만이 아니요, 음기가 쌓인 밑바닥에서 남몰래 양기를 기르는 것이 복괘(復卦)의 일획(一畫)과 같은 점이 있어서, 사람을 깊이 성찰하게 하였다.
삼수(三水)는 옛날에 삼강(三江)이라고 하였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건만 봄같지 않음.
**치: 단위 1치는 약 3cm
윤선도의 소빙화 연작시 4수
1.暮春初二日西斜。獨坐蝸廬憶舊家。樵客忽逢黃玉蕊。蒔筒來向傖人誇。
2.消氷花在鴨江潯。短短單莖細似針。千尺雪中排殺氣。一錢葩裏保天心。端宜玉帝庭前植。底伴騷人澤畔吟。春信寄傳關塞外。東君用意始知深。
3.玉關春暮無春物。猶有消氷花一枝。陰盛自移誠復理。陽衰已長信羲辭。宣尼日月昏冥世。明道春風肅殺時。因小可能推大德。馨香三嗅重嗟咨。
4. 千林死立萬根藏。獨自夭夭玉蕊香。不待文王豪傑也。鷄鳴不已又何傷。
글의 출처와 원문 및 해석은 한국고전번역원의 고산유고입니다.
「소빙화(消氷花)」연작시 가운데 1수
삼월 초이튿날 서산에 해 지는 때 / 暮春初二日西斜
홀로 좁은 방에 앉아 고향 집 생각하는데 / 獨坐蝸廬憶舊家
나무꾼이 홀연히 황옥의 꽃을 만나 / 樵客忽逢黃玉蕊
통에 담아 와서 내초에게 자랑하네 / 蒔筒來向傖人誇
「소빙화(消氷花)」연작시 가운데 2수
소빙화가 압록강 언저리에 돋아났나니 / 消氷花在鴨江潯
짧디짧은 줄기 하나 바늘처럼 가늘어라 / 短短單莖細似針
일천 자 눈 속에서 살기를 몰아내고 / 千尺雪中排殺氣
한 떨기 꽃잎 안에 천심을 보듬었네 / 一錢葩裏保天心
옥황상제 뜰 앞에서 자라나야 제격인데 / 端宜玉帝庭前植
못가에서 읊조리는 시인과 어이 짝했는가 / 底伴騷人澤畔吟
봄소식을 관새 밖에 부쳐 주어 알리려는 / 春信寄傳關塞外
동군의 세심한 배려를 비로소 알겠도다 / 東君用意始知深
「소빙화(消氷花)」연작시 가운데 3수
옥관의 봄 저물어도 봄 경치 없었는데 / 玉關春暮無春物
그래도 소빙화 한 가지가 있었구나 / 猶有消氷花一枝
음이 성하면 감소하는 복괘의 이치 진실되고 / 陰盛自移誠復理
양이 쇠하면 생장하는 희역(羲易)의 말씀 신실해라 / 陽衰已長信羲辭
혼명한 세상에 빛나는 선니의 일월이라면 / 宣尼日月昏冥世
숙살의 시절에 불어오는 명도의 춘풍일세 / 明道春風肅殺時
이 꽃으로 천지의 대덕을 유추할 수 있어 / 因小可能推大德
몇 번이고 향내 맡으며 거듭 탄식하노매라 / 馨香三嗅重嗟咨
「소빙화(消氷花)」연작시 가운데 4수
일천 숲 죽어 서 있고 일만 뿌리 숨은 때에 / 千林死立萬根藏
여리디여린 옥 꽃술 혼자서 향기 내뿜네 / 獨自夭夭玉蕊香
호걸은 문왕을 굳이 기다리지 않는 법 / 不待文王豪傑也
닭 소리 그치지 않아도 마음을 상하리오 / 雞鳴不已又何傷
복福과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꽃! 모진 겨울의 눈과 얼음을 뚫고 나와 피는 꽃 그래서 복수초는 눈과 얼음 사이에 피는꽃이라 눈새꽃, 얼음새꽃으로 불린다. 1661년 함경도 삼수에 유배 중이던 윤선도尹善道의 소빙화 병서消氷花 并序에 나오는 소빙화(消氷花)가 곧 복수초(福壽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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